연구 및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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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과 북스타트 효과 (2003, 웬디 쿨링)
20-01-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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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트

아기 성장과 북스타트 효과

웬디 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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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트 서울 국제 심포지엄’ 강연 / 2003년 9월 23일 서울여자대학교




"우리는 유년기의 책 나누기라는 아이디어를 널리 홍보하고자 하며 모든 아기들에게 평생 책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영국 북스타트의 목적은 지역 도서관 및 보건센터와 협력하여 모든 가족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고 독서에 관해 조언해주며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해서 영국의 모든 가정이 책을 만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부모와 아기 양육자들이 생후 8개월 쯤의 아기들을 건강 검진 차 보건센터로 데리고 오면 거기서 북스타트 가방이 배포된다. 북스타트는 아기들과 책을 나누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 아기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북스타트는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상당히 유익하며,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적용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책을 즐기고 독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확률은 대조집단에 비해 세 배나 높다고 한다.


영국 북스타트는 ‘북트러스트’라는 조직이 처음 시작했고 지금도 이 단체가 운영을 맡고 있다. 북트러스트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독서에 대한 사랑을 심어줌으로써 책과 사람을 가깝게 이어붙일 목적으로 설립된, 영국의 전국적인 독립 자선 단체이다. 북트러스트는 "오렌지 소설상", "어린이 도서상", "아기를 위한 최우수 도서상" 같은 문학상도 운영하고 있다. 북트러스트는 또 학교, 도서관, 부모에게 독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고 "전국 어린이 도서 주간" 같은 전국적 독서 관련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북트러스트는 도서관, 학교, 의료 기관 등을 통하여 모든 분야의 출판계, 기업, 지역 사회들과 튼튼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놓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65만 명의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고, 1992년의 북스타트 시범 사업 이후 수백 만 부의 책이 아기들에게 배포되었다. ‘좋은’ 책이 어린이들에게 주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는 것이어서, 북스타트에 사용되는 책들은 신중하게 선정되고 선택된다. 북스타트 책들은 ‘도서선정위원회’가 가려 뽑는데, 선정되는 책들은 제작, 디자인, 내용에 있어 최고 품질의 것이어야 한다. 도서 선정에서 고려되는 사항들은 대개 다음과 같다.


그림 혹은 사진이 품질과 독창성을 갖추었는가;


텍스트에는 적절하고 좋은 언어가 사용되었는가; 대개는 운(韻), 리듬, 두운 혹은 의성어를 사용한 언어;


다양한 민족 이미지를 도입했는가; 영국 사회의 다양한 민족집단들의 섞임을 반영하자는 목적에서;


‘젠더’ 이미지: 아빠, 소년 등 남성인물은 엄마, 소녀 등의 여성인물들과 비슷한 횟수로 등장하고 있는가;


친숙한 경험이 묘사되고 있는가;


실제 세상과 상상의 세계에 대한 이미지들이 사용되었는가;


어린 청자들이 독서 경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가;


비용과 책값은 적정한가.


어린이들이 계속 책과 만나게 하기 위한 도서 목록은 북스타트 가방에 포함되어 있고 이 도서목록에는 신간 도서들과 이미 우수 도서로 평가받은 기존의 도서들이 추천되어 있다. 도서 목록은 웹사이트www.bookstart.co.uk에서도 구할 수 있다.


북스타트는 어린이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의 발달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우리 어린이들이 신체적으로 건강할 뿐만 아니라 지적으로도 건강하고 균형 잡힌 전인적(全人的) 성인으로 성장하여 성인 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지적인 성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북스타트를 통해 그것을 입증할 연구 결과도 갖고 있다. 우리는 언어발달이 영유아기에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스타트는 부모들과 모든 양육자들이 아기들의 이 중요한 발달과정을 돕고 지원하고자 한다.



성장의 중요한 측면들은 북스타트로 향상된다


1. 관계(Relationships)


부모와 아기들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는 부모-아기가 함께 즐기며 보내는 활동의 시간(그게 말하기이건, 책 읽기이건, 혹은 무언가를 함께 만들고 함께 보는 일이건 간에) 이상으로 중요하고 도움 되는 일은 없다. 아기들과 책을 함께 나누는 것은 이런 활동을 위한 기회를 일정하게 제공한다. 특히 좋은 책을 골랐을 때 더욱 그러하다. 아기에게 책 읽어주기는 잠자리에 들 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낮 시간에 잠깐씩 책을 읽어주는 것도 책 읽어 주는 사람(부모, 조부모, 아기를 돌보는 사람, 언니/누나, 형/오빠)과 아기 사이에 매우 특별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것은 즐거움 나누기로부터 형성되는 관계이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해주고 자기를 위해 시간을 보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아기가 갖게 되는 안전감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관계이다. 이런 관계 형성은 아기들이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줌으로써 그들의 안전한 인생 출발을 가능하게 한다.


2. 의사소통과 언어(Communication and Language)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고 무언가 계속 말해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용한 독서행위일 수 없다. 그림에 대해 말해주고, 묻고, “그래서 어찌 되었을까요” 라며 다음 일을 궁금해 하는 등등의 일은 우선 책을 읽어주는 어른의 몫이다. 그러나 이미 말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그리고 글자를 깨쳐 책을 읽을 줄 알게 되기 훨씬 더 이전부터 아기는 부모가 책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서 목을 꿀꺽거리며 소리를 내고, 자기를 향해 무언가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어른의 목소리 굴절과 억양을 듣기 시작한다. 아주 어린 아기들이 인형이나 곰돌이 인형을 상대로 ‘책을 읽어 주는 모습’이 녹음된 적이 있다. 그들의 말은 어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 같은 것이지만 그 소리의 리듬은 어른들이 그들에게 자주 읽어 주었던 이야기의 리듬을 갖고 있었다. 유년기에 좋은 언어를 듣는 것은 어린이의 언어 인식을 발달시키고 언어에 귀를 열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기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함께 책 읽는 시간은 좀 더 시끄러워진다. 아기가 끼어들려 하고, 질문하려 애쓰고, 첫 어휘들을 발전시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질문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은 아기가 자라면서 인생의 모든 측면에 관해 내뿜기 시작하는 수많은 질문들로 이어진다. 세대 간의 훌륭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는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그런 의사소통의 능력은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고 그 능력은 성인이 되면서 강화된다.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질(質)은 요즘 너무도 많은 어린이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보내는 수동적인 시간과는 결코 비교될 수 없다.


3. 정서 발달(Emotional Development)


유년기 아동을 위한 상당수의 그림책들은 어둠에 대한 두려움, 사랑, 새로 태어나는 동생이 가족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 등등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을 다룬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아이들의 삶에서 조금 떨어진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는 것은 장차 어린이들이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데 매우 소중한 감성 교육이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이 나이 들면서 말을 배우게 되면 ‘이야기’는 감정에 대해 의미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경이로운 방법이다. 함께 책 읽을 때는 늘 질문이 격려되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말하기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4. 집중력(Concentration)


집중력은 어린이들이 취학 전에 개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이다. 앉아서 2분 정도, 그 다음 5분, 그리고 20분까지 잘 듣는 능력은 많은 학습 상황에서 아이들이 최대의 효과를 얻도록 도와준다. 아주 어린 아기들에게는 책 읽기가 절대로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작은 운(韻) 하나 만으로도 충분하다. 노래를 하거나 동시를 낭송할 수도 있다. 일단 집중하기와 듣기에 익숙해지면 어린이들은 점점 더 오랜 시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일정한 형태가 있는 이야기들, 아이들이 끼어들 수 있게 하는 어휘들이 특히 좋다. 어린이는 소리를 내지르거나 특정의 동물 소리를 낼 수 있는 순간을, 혹은 간지럼 태우기가 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집중하기 때문이다. 또 그림 속에 어떤 비밀이나 숨겨진 요소가 들어 있는 이야기들, 뚜껑을 열어 재껴야 결말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좋다. 아이들은 거기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곧 알게 되지만, 그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데 결코 싫증 내지 않으며 그 드러남의 대단한 순간이 오기를 큰 기대를 갖고 기다린다. 그리고, ‘좋은’ 책은 얼마든지 반복해서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어린이들은 친숙한 것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기다릴 줄 알게 되며 결말을 향해 집중하는 법을 배운다. 여기서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는 집중, 경청, 기억이다.


5. 읽기와 학교 준비(Reading/School Readiness)


북스타트 연구는 북스타트 어린이들이 학습, 책, 그리고 학교 자체에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학교생활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북스타트 어린이들은 기초적인 읽기, 쓰기와 수리 능력 테스트에서 다른 아이들 보다 앞서 있었다. 그들은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언어와 관련된 테스트에서의 성적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었으나 수리 관련 테스트에서의 성적은 놀라운 것이었다. 다양한 책을 경험하고 독서를 많이 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한 어린이들은 함께 책을 세고 운(韻)을 넣어 숫자 세는 것을 배웠고 책에서 형태들을 관찰해 내었다. 어린이들은 진지하게 수리 학습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북스타트 이후 영국에서 출판되는 어린이 책들은 훨씬 더 즐겁고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난 책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어린이의 책 읽기 경험이 늘어날수록 엄청난 양의 부수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6. 자신감(Self-esteem)


북스타트는 갓 입학한 꼬마 소년 하나가 학교에서의 첫날을 어떻게 보내쩝熾?대한 관찰을 계기로 해서 시작되었다. 입학 첫날, 선생님이 부모들을 안내하고 자리를 배치하는 등 이런 저런 작업을 하는 동안 아동들에게는 책이 한 권씩 주어졌는데, 그 중의 한 아이는 그때까지 한 번도 책이란 것을 만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이 먹어야 하는 건지, 깔고 앉아야 하는 건지, 프리스비 던지듯 던져야 하는 건지 모르는 눈치였다. 다른 어린이들은 책을 받자마자 바로 책장을 넘기며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고 기분들이 좋았다. 학교는 그들이 상상했던 것만큼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의 그 작은 소년은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고, 새로운 학교 환경에서 처음 지시 받은 일부터 해낼 수가 없었다. 그의 학교생활은 나쁜 경험으로 시작된 것이다. 책과 이야기 지식은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자신감을 심어 준다. 어린이들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자신감 발달은 어린이들이 인생에 도전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하다.


7. 진정한 독자 되기(Becoming Real Readers)


책은 인생의 한 자원이다. 우리는 정보, 경험, 위안, 도피, 웃음 등이 필요한 경우 책을 찾는다. 책은 위대한 영국 시인 워즈워즈가 "언어의 힘과 정열"이라고 칭한 것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책은 우리에게 삶에 필요한 힘을 주고 이야기의 마술과 경이로움에 빠져들게 한다. 책의 경이로움에 대한 지각은 아주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개발될 수 있다. 아이들이 꼬맹이 때부터 운 좋게도 그들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매일 책을 읽어주는 것을 경험하며 자라게 되면 그들은 책의 경이로움을 알게 되고 평생 책의 독자가 된다.


8. 어른들의 변화(The Adults)


북스타트 아이디어의 중심은 어린이지만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어른들에게도 북스타트의 영향은 매우 강력한 것이었다. 물론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책에 반응하고 어른들과 이야기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을 보고 기뻐한다. 그들은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바운스 앤드 라임’(운율놀이)을 경청하고 거기 참여하고, ‘스토리텔링’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해 한다. 그들은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좋은 출발을 보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기분 좋아 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이에 어른들 역시 자신을 독자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자녀들과 함께 읽기 위해 책을 들게 되지만 그러는 사이에 그들 자신의 독서량이 늘게 되고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가게 된다. 북스타트는 ‘책 읽는 가족’을 열심히 권장해왔고 지역 사회들도 나서서 이를 장려하게 되면서 우리는 커다란 꿈 하나를 실현할 수 있게 되어 가고 있다. 정보만이 아니라 개인적 즐거움을 위해서도 책을 가까이 하고, 그래서 읽고 쓰기가 완벽하게 가능한 국민--이것이 바로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가장 큰 꿈이다. (*)



* 웬디 쿨링(Wendy Cooling)--교사, 사서, 저술가. 1992년 최초로 북스타트 아이디어를 낸 뒤 10년간 이 운동을 영국 전역에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고 일본에서의 북스타트 출발도 지원함. 현재 영국 북스타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