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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책날개(초등) 도서선정 총평
1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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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책날개 도서 총평


김영미(어린이책시민연대)



어린이가 스스로 주인이 되기 위해 ‘생각하는 삶의 중요성’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소중하다는 철학을 담은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우리사회가 겪는 문제들을 소재로 하거나 우리 전통문화와 과학 지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서도 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림 언어의 다양한 표현법을 만나는 기쁨도 컸다.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생활지침서나 정보 전달에 그치는 책이 시리즈로 나오고 있고, 어른들이 자신의 회고나 향수를 담은 책을 성찰 없이 내놓거나 여전히 어른이 어린이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작품이 많은 것이 아쉽다.


2016년에 나온 그림책 330여권을 살펴보았다. 지난해에 신인 작가의 작품이 많아 올해 특히 그들의 새 작품을 기대하며 반갑게 만났다. 올해도 역시 처음 만나는 신인작가의 작품들이 꽤 있어서 그림책 출판계에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신인작가의 작품들은 그림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고, 철학적 물음을 풀어놓으려 했다. 전통문화나 과학지식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가는 작품들이 눈에 띠었다. 우리 삶 속에서 전통문화로 이어가고 싶은 것을 소재로 다룰 때, 그것 자체의 훌륭함과 의미도 있지만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어떤 영감을 주는지 감수성을 일깨우는데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있어 반가웠다. 

하지만 문학작품에서는 어른들의 힘든 삶을 알리는 이야기가 많고 어린이가 주도적으로 어떤 것에 걱정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가르치려는 내용이 많아 어린이를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로 남아 있게 하고 있어 아쉬웠다. 어린이가 모험을 하든 용기를 내든 엄마의 조언과 할머니의 믿음대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안타깝다. 어린이 책에서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좌충우돌 어려움을 겪고 그 어려움이나 갈등은 늘 어린이에게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읽는 독자도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갈등을 풀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해진다. 좋은 어른이 나와서 갈등을 해결해주는 것은 그 순간은 좋게 풀리겠지만 어린이가 스스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어른들에게 의지하게 되거나 확인받으려 한다. 어린이 독자에게 자신을 믿게 하기 보다는 어른들 말을 듣고 따르는 것을 익숙하게 한다. 

또한 어른들을 위한 마음 치유와 향수를 담은 그림책은 개인이 소장하면서 보기는 좋으나 여럿이 함께 보는 책으로 낼 때는 신중해야 한다. 예전의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과거의 일이나 문화가 어떤 면에서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성찰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재구성,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에 책날개 추천 도서로 선정한 책들은 이런 생각의 바탕에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중심으로 골랐다. 어린이가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사회와 자연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된다. 어린이가 사람과 자연에 대해 같은 생명으로 인식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들에 집중했다. 고른 작품들을 중심으로 심사에서 중요하게 본 기준들은 다음과 같다.



문학은 어린이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살피고 격려하는 책과 어린이 마음을 존중해주는 것, 어린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존중하기 위해 생활에서 다양성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골랐다. 그림의 표현 기법이나 색감이 글과 조화를 이루거나 이야기의 힘을 더  강하게 끌어주는 책으로 골랐다.


<강냉이>(사계절), <형이 태어날 거야>(내인생의책), <노란 달이 뜰거야>(이야기꽃)에서 아이가 그리워하는 것,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격려하고 있다. <강냉이>(사계절)에서 피난길에 토담밭에 심어두고 온 강냉이가 알은 잘 여물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노란 달이 뜰거야>(이야기꽃)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이를 위해 노란 나비가 아이를 데리고 아버지랑 함께 했던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마을 뒷산 꼭대기에서 아버지 같은 달님을 만나게 한다. <안녕하세요>(현암주니어)는 아이가 숲에서 혼자서 집을 찾아오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동물도 편견으로 대하지 않고 만나는 이에게 반갑게 인사 나누며 도움을 받는다. 편견에 익숙해지지 않은 어린이의 동심이 큰 힘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1분이면...>(비룡소), <나무처럼>(씨드북), <벽>(비룡소)은 시간이나 공간이 온전히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서 혹은 서 있는 자리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1분이면...>(비룡소)은 사람의 감정과 시간의 연관성을 말해주고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시간과 흘려보내는 시간이 있고 그것은 둘 다 소중한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무처럼>(씨드북)에서는 나무가 자라면서 아파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자신의 관심에 따라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삶을 돌아본다. <벽>(비룡소)은 안과 밖이 자신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한다.


어린이는 현재를 살고 있다. 어린이 삶이 사회문제나 정치적 이슈에 무관하지 않다. 어린이 삶이 그런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어떻게 영향 받으며 힘들어지는지 공감하고 격려하는 책을 골랐다. 특히 눈에 띤 작품으로는 세월호 참사,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해, 위안부 문제, 4대강 개발 등 사회적 이슈로 우리 삶에 실질적 아픔을 주는 이야기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쓴 작품들이다. <노란 달이 뜰거야>(이야기꽃), <방사능 마을의 외톨이 아저씨>(미래아이), <춘희는 아기란다>(사계절), <강변 살자>(책고래)는 소재와 상관없이 일상이 변하면서 오는 슬픔과 그리움, 아픔을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림으로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서 자연의 변화와 일상의 소중함을 더 깊게 관찰하고 느끼게 하는 책을 골랐다. <커다란 구름이>(반달), <개미가 올라간다>(반달)는 비오는 날 하늘의 변화와 과일나무에 함께 사는 개미의 부지런한 삶을 통해 자연 생명체의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청양장>(풀과바람), <병아리 싸움>(풀과 바람), <할머니 집에 가는 길>(풀과바람)은 시에 그림을 그려 이야기의 재미와 상상력을 더해준다. 



비문학에서는 과학 지식을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로 알기 쉽게 다루어 관심과 호기심을 높이는 책으로 골랐다. <쿵! 중력은 즐거워>(길벗어린이)는 수돗물이 아래로 떨어지고, 사과를 들면 무겁게 느껴지고 펄쩍 뛰면 다시 내려오는 것 등 중력에 관한 이야기고, <같을까? 다를까? 개구리와 도롱뇽>(천개의 바람)은 같은 듯 다른 개구리와 도롱뇽의 한 살이 비교를 통해 각 생명체의 특성에 관심을 갖게 한다.



전통문화와 풍습에 관한 소재는 자칫 어른들의 향수에 그쳐 어린이에게 부담스런 이야기가 되기 쉽다. 이번에 고른 책은 재미있는 놀이로 오감을 자극하며 온 몸으로 읽을 수 있는 반가운 작품들이다. <가래떡>(반달), <왕할아버지 오신 날>(느림보), <여우비빔밥>(마루벌)은 가래떡과 제사, 비빔밥을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책이고 글의 분량이 많아 추천하지 않은 <바람의 맛>(이야기꽃)도 우리 전통 음식 재료들에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은 굳이 과학 예술 역사 철학 등으로 분류하지 않고 문학작품에서 모든 것을 다뤄야 한다고 한다. 어린이는 인지적으로 알게 되는 것보다 정서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삶에서 익숙해지면 저절로 배우는 것처럼 문학작품에서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서 삶의 지혜를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문학과 비문학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지식 정보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담은 책이 많이 나와 반가웠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가 소소한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문학에 담는 것은 거의 없어서 아쉽다. 어린이의 감정이나 생각에 좀 더 섬세하게 다가가서 그 어려움을 존중해주고 격려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올해는 그림에서 다양한 시도와 상상력이 돋보여 그림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우리나라 그림책이 더 다양하고 풍성해지고 있어서 기대감이 크다. 



심사위원

- 강정아(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 김영미(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 황현정(신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