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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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북스타트 도서선정 총평
1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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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트

2017 북스타트 도서선정 총평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어린이책 담당자 티에르 라로쉬는 지난 2016년 서울국제도서전 포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문학책은 아동문학 책이다. 800만 권 정도의 성인문학 도서가 팔리는 기간에 아동문학 도서는 1100만 권 정도가 판매된다. 어린이 독자를 향한 사회의 관심과 응원이 낳은 결과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어린이의 손에 가는 책의 대부분은 인지발달 중심의 책이거나 학습연계도서에 편중되어 있으며 아동문학의 다양성은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 북스타트는 이러한 독서경향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단추다.


심사위원회는 새로 나온 좋은 우리 그림책을 발견하기 위해서 긴 시간의 도서 선정 회의를 진행했다. 올해는 90여 개 출판사에서 약 500여 권의 도서가 접수되었으며 이번 심사과정에서도 우리 창작 그림책이 예술적 표현과 책의 완성도면에서 꾸준히 약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지난 한 해 동안 출간된 책에 비해서 신청 도서의 종수가 적어서 아쉬웠고 다루고 있는 내용이 한정되어 있는 것도 여전한 문제로 느껴졌다. 유아를 위한 책이라면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편집자와 작가의 정형화된 시각이라든가 이미 사랑을 받았던 기존의 그림책과 비슷한 전개를 몇 가지 요소만 바꾸어 답습하는 방식도 여러 권의 책에서 눈에 띄었다. 어린이가 까꿍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많은 책이 까꿍놀이의 변주에 그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연령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장면과 움직임이 있는 곳으로 출판의 상상력을 확장해야 한다.


도서 선정 과정은 전국 곳곳의 지역 선정위원회에서 시작한다. 직접 아기를 만나는 활동가들이 모든 신청도서를 한 권 한 권 함께 돌려 읽고 긴 시간의 토론을 거쳐서 심사를 위한 1차 선정 자료를 만든다. 올해는 서천 여우네도서관, 여주도서관, 인천 늘푸른어린이도서관의 북스타트 자원활동가 여러분이 함께 했다.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북스타트로 첫 책을 만날 독자에 대한 애정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북스타트 운동의 취지에 맞는 국내 순수 창작물을 대상으로 하며 정치, 종교, 상업 등의 특수 이해관계에 있는 도서나 학습도서, 인종, 장애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드러내는 도서는 배제하고 있다.


아기에게 안겨주는 첫 번째 책이라는 취지 때문에 이 목록 안에 담기지 못하는 좋은 그림책들도 있다. 대상독자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폭넓게 열려 있거나 예술적 상징성이 짙은 그림책이 그런 경우다. 유아는 연령별로 사물과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고 인지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작품성이 높더라도 그 한계를 넘어서는 책을 선정할 수는 없었다. 북스타트는 첫 책으로 읽기를 시작한 어린이가 앞으로 더욱 다양한 그림책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남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 책을 고르는데 의의를 가지고 있다. 혹시 북스타트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책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전혀 아님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선정 영역 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독창적 작품 세계가 돋보이는 뛰어난 작품 여러 권을 심사과정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놓아야했다.


더불어 앞으로 꼭 북스타트 선정 과정에서 더 깊게 논의했으면 하는 것은 왜 특정 연령대의 독자에게 이 부분은 과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발견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북스타트 도서 선정의 역사가 쌓인 만큼 유아 첫 읽기책에 관한 나름의 정선된 기준과 원칙을 마련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어린이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첫 읽기책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북스타트 목록이 조금이라도 더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해마다 새 그림책이 발간되고 있지만 독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읽기도 편안하며 재미있는 작품은 그만큼 많이 나오는 것 같지 않다. 우리 창작 그림책에서 이루어지는 풍성한 실험이 오래 사랑받는 작품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독자와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작가가 더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과 글의 내용이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읽기 수준이 서로 어긋나는 작품들도 있었다. 유아 그림책의 발전을 위한 전문적인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편집자들과 선정된 책, 선정되지 못한 책을 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마련했으면 좋겠다. 영유아 그림책 분야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면서 보기에만 매끈한 모양으로 찍어낸 경우들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출간 목록이 빈약해지면 이런 책이 독자들의 관심을 점유하게 된다. 북스타트 단계의 책은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출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독자의 독자화가 새해 출판계의 화두 중 하나다. 바쁜 일상과 생활환경의 변화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책과 멀어진 사람들이 다시 책을 펼칠 수 있도록 돕자는 흐름이다. 의지와 관계없이 비독자가 되어버린 사람 중에는 어린이들의 양육자도 있다. 자신을 위해서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요즘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정보에도 어둡다. 어린이들의 눈에 책 읽는 어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현실과 관련이 깊다. 북스타트 운동은 생애 최초의 독자를 위한 운동이면서 비독자가 된 어른들을 독자의 자리로 다시 불러올 수 있는 훌륭한 독서운동이다


양육자는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손과 눈에 다시금 책장을 넘기는 감각을 익히고 책과 자신이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어린이는 양육자와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이불을 덮는 것처럼 책을 읽는 일이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몸의 접촉을 늘리고 마음속의 말을 꺼내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 건조하고 혼잡한 삶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살아날 수 있다. 우리가 북스타트 운동을 단순히 어린이 독서운동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2017년에도 북스타트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들이 독자에 입문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어린이들이 좋은 책처럼 다정하고 믿음직한 생활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해는 어른들에게 가슴 답답하고 겨를이 없는 날들이 이어졌지만, 새해는 그보다 더 희망적이고 리라고 믿는다. 북스타트와 함께 아이와 어른이 모두 행복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2017년이 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김동헌(여주도서관 전 사서), 김명희(서천여우네도서관 관장),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총평), 박소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오혜자(청주초롱이네도서관 관장), 이상희(그림책 작가)


지역선정위

서천여우네도서관(구신자, 구일순, 김명숙, 김명희, 김혜련, 오광희, 이미정, 이지은, 이현영, 조운하, 차은정)

여주도서관(강보형, 기복, 이호경, 윤희경, 윤이정, 김경숙, 이영은, 홍현희, 박혜진)

인천늘푸른어린이도서관(김선미, 박신영, 손은규, 이수정, 이은주, 장해숙, 전은미, 황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