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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책날개(초등) 도서선정 총평
16-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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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책날개 도서선정 총평

- 김영미(어린이책시민연대)


2015년에 출판된 우리 그림책 250여 권을 만났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 까지 보는 책이라는 말이 있듯 어린이책이라고 한정 지을 수 없지만, 어린이부터 보는 책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 공동체가 갖는 최고의 덕을 구현해야 한다. 모범적인 가치나 모범이 되는 어린이 모습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과 감성이 최대한 존중되고 발현될 수 있는 창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작가들이 문학적 상상력을 어떻게 펼쳐놓을지 기대하며 살펴보았다. 대체로 문학 작품보다는 지식·정보를 전달하려는 책의 비중이 높은 것이 아쉬웠지만, 개성 넘치는 신인 작가들의 발랄한 작품을 만나 즐거웠다. 이야기의 힘에 비해 그림 자체의 다양하고 기발한 시도들이 돋보였다.


지식·정보를 주는 책에서는 자연관찰이나 생태를 다룬 책을 관심 깊게 봤다.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뛰어난 작품들도 많았다. 어린이와 자연이 닮아 있는 모습이나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생태계의 삶을 잘 드러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생태에 대한 이해와 자연관찰을 그린 것 이외에 우리나라 지도, 지역이나 지형을 이해하는 것, 전통문화, 공공시설 알기, 예술작품과 유명한 인물에 관한 것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었다.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시선에 따라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도 있었고, 지식과 정보를 알리는 데만 그친 책들도 있었다.


예절, 생활습관과 관련된 책들도 많았다. 어린이에게 일방적 지시나 당위로 다가가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하면 좋겠다. ‘어린이는 가르침이 아니라 삶 속에서 스스로 배운다’고 한다. 어린이는 몸과 시간이 자유로우면 뭐든 해보고 싶고, 알고 싶어 한다. 알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뭔가 하다 보면 스스로 배우는 것도 많다. 어른들은 종종 경험상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단정 짓는 경우가 있어 사람이나 자연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보다는 알고 있는 방식으로 상대를 대한다. 그래서 상대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분노할 뿐, 왜 그런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과정에서 배우는 기쁨보다는 결과의 성패를 먼저 생각하여 익숙하지 않은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책은 스스로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


스스로 배우는 특성을 가진 어린이는 친구들과 사귀면서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성찰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생겨난 마음은 스스로 우러난 것이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럴 때 이렇게 하세요!’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면 따르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자신은 나쁜 어린이라는 죄책감도 느끼게 된다. 어린이는 어떤 이야기의 맥락과 감정의 흐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럴 때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발현된다. 어린이책은 모든 어린이를 존중하고 어린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삶을 더 풍성하게 가꿀 수 있도록 하는 매개가 되어야 한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책에서 받은 감동은 잠재된 감수성을 깨어나게 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힘을 준다.


문학이 비문학과 다른 점은 이야기 속에서 순간순간 만나는 인상을 개인에 따라 다르게 받을 수 있고 생각의 흐름과 변화를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은 삶에서 스스로 배우는 어린이에게 더 적합한 방식이다. 무엇을 배울지 어떻게 배울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다양하고 기발한 생각과 잠재력을 존중하고 자연과 사람들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책과 세상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들을 중심으로 책날개 선정도서를 골랐다. 심사에서 중요하게 본 기준들은 다음과 같다.

 

문학은 어린이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살피고 격려하는 작품과 어린이가 갖는 상상의 힘을 잘 담고 있는 것들을 골랐다. 색감이나 표현기법에서도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루거나 부추겨주는 책으로 골랐다.


어린이는 놀이가 곧 삶이고, 어린이들은 상상하는 힘이 있어 힘든 순간들을 재미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한다. <펭귄 랄랄라>, <분홍보자기>, <양말모자> 등은 놀이가 삶인 어린이의 기발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펭귄 랄랄라>에서 펭귄 다섯 마리가 눈 덮인 땅과 하늘, 바다의 일부인 듯 표현된 그림과 거침없이 신나게 노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구덩이에 빠져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나오게 되고 위험한 순간에는 지혜롭게 피하는 모습에서 놀면서 배우는 아이들 삶을 격려하고 있다. 


<탐정 백봉달, 빨간모자를 찾아라>, <우주 미용실> 등은 어린이가 힘들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상상력의 힘으로 놀이의 영역으로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우주미용실>은 미용실에 가는 길 그다지 내키지 않은 길이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가는 동안 사람들의 다양한 머리 모양을 변형시키면서 논다. 미용실에서도 기다리는 동안 기계와 기구들, 낯선 풍경들을 보며 미용실 공간을 우주로 바꾸고 머리모양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어린이는 스스로 배우며 성장한다. 수줍음 많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도 있고, 뭐든 독차지하고 싶어 욕심 부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하다 보면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된다. <두근두근>,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거북아, 뭐 하니?> 등은 ‘함께’ 노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두근두근>은 부끄럼 타는 브레드가 동물들과 친해지면서 함께 지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다. 불안감으로 두근두근하던 마음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바뀌는 장면에서 덩달아 기분 좋아진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도 그런 작품이다. 이기고 싶은 마음에 반칙해서 일등이 됐는데 혼자 남게 되어 쓸쓸해진다. 결국 친구들과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함께 즐겁기를 원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어린이는 미래에 뭐가 되기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다. <위대한 건축가 무무>는 집 안에 있는 모든 것들로 뚝딱뚝딱 만든다. 자기만의 집을 짓고 식구들을 손님으로 초대한다. 설계하고 공간을 짓는 사람을 건축가라고 한다면 무무는 이미 건축가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존재가 아닌 현재를 존중해주는 작가의 시선에서 어린이를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림으로 색과 빛으로 자연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책도 있다. <밤이 되었습니다>, <한밤의 선물>은 자연이 내는 빛의 변화를 환상적인 색감으로 보여준다. 


<대추 한 알>, <아빠하고 나하고 봄나들이 가요>, <마을 뒷산에 옹달샘이 있어요>, <맹꽁이야 넌 이제 어디서 살아?>,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는 자연관찰 책으로 구분하기는 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며 생명의 소중함을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대추 한 알이 나뭇가지에서 여물어 가기까지 사계절 결이 다른 바람과 햇빛을 받고, 들판의 풍경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농부들의 손길과 아이와 정답게 만나면서 함께 산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생명은 서로 의존하며 사는 모습과 빨갛게 익은 대추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옛 풍습이나 전통을 소재로 한 어린이책은 어른들의 향수나 지식을 자랑하는 데 그치기 쉽다. 하지만 <달래네 꽃놀이>는 꽃피는 봄날에 꽃놀이 가던 풍습을 소개하면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할머니 고모도 같이 놀이를 즐기고 좋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이들의 놀고 싶은 마음을 하찮게 여기고 공부하고 일하는 것을 성실하고 보람된 것이라고 구분하여 어린이를 주눅 들게 하는 요즘과 다른 풍경이다. 어른들이 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도 자신감을 갖는다. 사람에게 놀이와 쉼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얼마나 힘 나게 하는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알려주는 책도 있다. <비>는 비가 내리는 모양이나 때에 따라서 그 이름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는 색깔마다 붙여진 이름이 우리가 생활하면서 본 것들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생활과 말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색깔뿐만 아니라 우리가 쓰고 있는 말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호기심이 생긴다.


‘어린이는 삶에서 배운다’는 말은 책으로 보면 지식 정보 책보다는 문학과 더 가까운 말이다. 가르치려고 하는 것보다 스스로 배우게 하기 위해서는 문학의 비중이 더 높아지면 좋겠다. 일상생활에서 어린이가 겪는 어려움들을 존중하는 이야기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림책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우리 어린이와 가까운 모습으로 많이 나오면 좋겠다. 어린이의 인성을 가르치기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다양한 시도들이 문학에서 나오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 김영미(어린이책시민연대 회보편집팀장)

- 박소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 황정원(동화홀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