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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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북스타트 도서선정 총평
1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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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트

2015년 북스타트 도서선정 총평

김지은

 

 

세상에 처음 발을 디딘 아기, 어린이집과 학교의 문을 처음 열고 들어서는 어린이에게 책 꾸러미를 선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1992년 영국에서 처음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했을 때도 그랬지만 초창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중심에 두고 북스타트 운동을 생각했다. 아이들이 장난감만큼이나 책과 친해지게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거나 북스타트를 통해서 자란 아이라면 어른이 뒨 다음에도 책을 많이 읽게 될 것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책을’이라는 목표에 더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스타트 운동이 꾸준히 역사를 쌓아가면서 우리는 이 운동이 단지 ‘책과 누군가’를 이어주는 것만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의 첫 번째 예술적 경험이자 균형 잡힌 사회적 사다리로서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어린이는 그림책을 통해서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처음 느끼고 자신이 이 멋진 세계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북스타트 자원활동가들의 걸음걸음은 햇살 아래 거미줄처럼 숨겨진 어린이들의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 공동체의 소중함과 생명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 이웃과 마을, 동식물, 아이들과 다른 곳의 아이들은 책 꾸러미를 풀고 나누면서 손을 맞잡는다.


무엇보다 ‘우리 손닿는 곳’이라는 말을 ‘우리 책 닿는 곳’이라고 대체해도 좋을 만큼 북 스타트는 이제 아동을 위한 보편 복지의 상징이 되었다.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을 위한 기초적인 보호막조차 무너지는 요즘 같은 때에 북스타트 운동은 어린이가 인간다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되어준다. 프랑스의 그림책 평론가 소피 반 데 린덴은 ‘그림책이야말로 어린이들의 불안에 대답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낯설고 거대한 세계에 도착한 아이는 그림책을 읽고 불안과 싸우면서 자신의 내면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존재의 근본적 불안 외에도 만약 그들을 둘러싼 생활환경이 재난이나 위기에 놓여있다면 실질적인 생존의 위협이 아이와 부모를 거칠게 공격할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잘 살 수 있겠는가’라는 협박과 흔들림 속에서도 그림책은 변함없이 읽는 사람을 골고루 사랑하면서 침착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한 권의 책에서 다른 책으로 길을 걷다보면 마침내 출구로부터 들어오는 빛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이 어떤 물질적 보상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힘겨운 삶을 지탱하는 아이와 가족에게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고 정의를 고민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힘을 준다. 북스타트는 책을 향한 출발이면서 자존감의 복원을 향한 출발이기도 하다.


이번 북스타트 도서 선정 과정에서도 그러한 운동의 의미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작품을 찾고자 했다. 직접 책을 들고 아기들을 만나는 자원활동가와 그림책 독자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응모된 작품을 두고 서울관악문화관도서관, 동해시립도서관, 군산늘푸른도서관에서 먼저 선정 작업이 진행되었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지역 도서관의 1차 후보작 선정은 가장 수고로우면서 뜻 깊은 과정이다. 참여자 모두의 예리하고 풍부한 의견 제출과 활기 넘치는 상호작용은 북스타트 공동체의 고마운 자산으로 축적되고 있다. 회의 결과 북스타트, 북스타트 플러스, 보물상자의 단계별로 서울관악문화관도서관에서 90종, 동해시립도서관에서 81종, 군산늘푸른도서관에서 61종의 목록이 제출되었다. 세 곳의 목록을 합산 정리한 결과 북스타트 (67)종, 북스타트 플러스 (82)종, 보물상자 (82)종의 후보작이 선정되었다.


1차 선정도서 목록을 전달받은 심사위원들은 해당 도서를 개별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2015년 2월 11일 동숭동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 사무실에서 최종 회의를 가졌다. 1차 선정도서를 제출한 각 도서관의 대표자를 포함해 그림책 전문가들이 모인 최종 심사 현장에서는 다시 한 권 한 권 그림책을 직접 들고 살펴보면서 작품의 예술성과 북스타트 책꾸러미 도서로서 갖는 적합성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각 단계 해당 연령층의 폭넓은 독자 가운데 책에 익숙하지 않은 집단을 중심으로 대상 도서의 난이도 기준을 잡았고 어린이의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자극하기 위해서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도 포함시키고자 했다. 이미지의 언어적 기능이 중요해지는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그림책 감상을 통해 적절한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시각적 문해력을 확장시켜주는 작품을 선정하고자 했다. 책읽는 즐거움이라는 그림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우리 어린이의 생활 세계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들과 더불어 성평등, 다문화, 평화와 생명 존중 등 묵직한 주제를 담은 작품도 함께 선정했다. 다만 그 주제를 해당 연령층의 어린이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루었는지, 예술적 완성도는 높은지를 함께 고려하였다. 출판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가능하다면 다양한 출판사의 작품을 골고루 선정하고자 하였으나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의 특성이나 규모와 집중도에 따라 회사마다 출간 종수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계적인 배분이 오히려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림책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 출판사에 대한 역차별이나 꾸러미의 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완성도에 초점을 두고 심사한 결과 부득이하게 몇몇 출판사의 작품은 여러 권 추천되기도 했다.

주말을 반납하고 이루어진 긴 시간의 심사 끝에 최종적으로 북스타트 29종, 북스타트 플러스 30종, 보물상자 33종 등 총 92종의 작품을 2015 북스타트 도서 목록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부디 이 그림책들이 많은 아기와 어린이들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 그들이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이용남(좌장), 김지은(총평, 아동문학평론가), 김상욱(충천교대 교수), 이상희(그림책 작가), 이상은(관악문화관도서관 활동가), 정숙경(군산늘푸른어린이도서관 계장), 정현주(동해시립발한도서관 사서)


지역선정위

관악문화관도서관 (이수미, 김지영, 권정희, 김정옥, 김희정, 김봉순, 임록수, 위숙자)

군산늘푸른도서관 (게이꼬, 곽효순, 김윤희, 남미례, 송진경, 신동연, 이유완, 이지현, 이찬욱, 전성미, 최규리, 최영미, 황금련)

동해시립발한·북삼도서관 (김나영, 박연화, 이미화, 이주영, 전영례, 지연주, 한혜연, 전혜정, 조연정, 김영빈,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