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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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스타트 도서 선정 총평과 후기
23-01-02 17:30
2,951
북스타트

2023 북스타트 그림책 선정위원


o 영·유아 북스타트 지역선정위원

고양시립화정도서관 오주리 외

부평기적의도서관 심재원 외

꿈자람그림책도서관 성순자 외


o 초등 북스타트 지역선정위원

성화초등학교 조원희 외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김진희 외

어린이책시민연대 김영미 외


o 전문선정위원

그림책 시인,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 센터장 이상희 

그림책 평론가 류영선

북스타트코리아 운영위원 김경희

북스타트코리아 운영위원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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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트, 리스타트


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 총평

-이상희(그림책 시인,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 센터장) 



들어가며


아기와 어린이에게 건넬 그림책 꾸러미를 정하는 날이라니, 회의 일정을 메모하고부터 줄곧 두려움과 설렘이 번갈아 교차했습니다. 이 일은 우리 그림책 출판계의 다양한 기준이자 지표가 되어왔고, ‘그림책 일상예술’에 몰입해 있는 터에도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환기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지요. 큰일을 앞둔 멀미에는 책이 특효약이라 책장을 뒤져 루돌프 슈타이너 학교 의사였던 미하엘라 글렉클러 박사의 <발도르프 학교의 아이 관찰>(2020, 푸른씨앗)을 꺼내어 가방에 넣어 다녔습니다. 이 학교가 하는 일이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타고난 잠재력을 일깨우는 ‘예술’이라는 문장에 기댈 참이었지요. 어른이 아이를 위해 한다는 일들 대개가 일방적 ‘교육’이기 쉽고, 선정 과정에서 여러 목표를 지키려다 보면 자칫 핵심을 놓치는 순간의 방향잡이 돛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


시민 대다수에게 그림책이 낯설었던 북스타트 꾸러미 선정 초기에는 ‘다름 아닌 그림책이 어째서 아기와 어린이에게 필요한가?’라는 것이 논의 주제였습니다. ‘그림책’에 동의한 이후에는 ‘그림책을 어떻게 줄 것인가?’ ‘그림책을 언제 줄 것인가?’로 진화해나간 듯합니다. 이런 주제는 단일하기보다는 서로 갈마들며 복합적으로 작동하기 마련인데 결국 북스타트 꾸러미 선정에 적절한 질문에 이르렀지요. ‘어떤 그림책을 언제 줄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현장의 어린이 어른들과 함께 심사를 진행한 지역선정위원님들의 현장 사례와 소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흐뭇한 후기와 뜻밖의 반응을 전해 듣기도 하고, 생생하고 예리한 의문을 얻기도 합니다. 실제 선정 심사가 시작되면서는 단번에 동의하는 타이틀이 두세 권 거듭되기도 하고, 혹시 문제를 놓쳤나 다시 들여다보기도 해요. 논의가 치열한 타이틀 하나로 삼십여 분이 훌쩍 흘러가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 그림책 출판계의 성과와 허점을 낯익고도 낯설게 실감합니다. 우리 몸의 장기(臟器)와도 같은 필수 사회기반시설로서의 도서관에 대해, 양육자이자 독자인 도서관 이용객과 자발적 어린이 이용객에 대해, 그림책 전달자로서 한 아기를 둘러싼 부모·조부모·이웃 어른의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문화의 현실을 새삼 들여다보게 되지요. 



2.


사실은 이번 총평을 그림책 편집자 및 디자이너께 드리는 편지 형식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선정회의 내내 지역선정위원을 비롯한 모두가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거듭 호명했거든요. “영유아 그림책의 대상 독자를 잘못 이해하신 듯해요.” “성인지 감수성이 아쉬워요.” “보드북 판형에 이런 내용을 담은 특별한 이유가 뭘까요?” “이 근사한 작품에 어째서 제목을 이렇게 붙였을까요?” “표지 디자인이 대상 독자를 오해하고 있는 듯해요.” “본문 서체에 대한 감각이 아쉬워요.” “글 작가 프로필에 동화를 썼다니, 너무 무신경하지 않은가요?” “내용도, 디자인도, 조금도 새롭지 않아요.” “이야기를 이렇게 끝내다니, 작가의 서사를 존중했기 때문일까요, 방기한 걸까요?” “이렇게 생태 감수성이 떨어지다니요.” “한 작품에서 두 가지 그림체를 쓰는 건 분명한 오류예요.”  


이제 우리 그림책 독자는 많은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뿐만 아니라 종이와 판형과 제목과 표지와 본문 서체와 페이지 진행 등 내적 외적 디자인에 대해 전문가 못지않게 민감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창작자와 편집자 디자이너 심지어 마케터와의 협업 작품으로의 완성도 높은 그림책을 바라고, 우아하고 재치 있는 파라텍스트(제목 · 헌사 등 본문 외의 부가적인 텍스트)를 즐기고 싶어 합니다.



3. 


총 18페이지의 네 개 모서리가 둥글고 자그마한 책을 열면서 양육자가 보여주고 읊조리는 순간에 눈 맞추는 아기 독자, 총 38페이지 안팎의 두께에 단단한 판지 표지의 책을 지금 막 발견하고 다가가는 어린이 독자를 위한 그림책의 기준에 대해서도 숱한 논의와 합의가 거듭되었습니다. 이제 막 세상의 이런저런 풍경과 사물에 눈을 맞추는 아기에게 하늘을 나는 이야기는 적합지 않다는 것, 자동차도 바닥에 정확히 바퀴를 대고 굴러가는 자동차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풀밭과 꽃밭 위를 나는 나비를 만난 다음이라야 나비 패턴에서 나비가 나오는 상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북스타트 꾸러미를 채워야 하는 자리에서 수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훌륭한 그림책이지만 동일 출판사의 타이틀을 2권 이상 선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훌륭한 그림책이지만 동일 작가의 타이틀을 2권 이상 선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원칙과 함께 딜레마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나가며


아기들 어린이들께 드릴 그림책을 꾸리는 일이,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인구 절벽 사회를 넘어서는 기도가 되길 바랍니다. 김경희 위원이 짚어주신 대로 이번 책날개 그림책 꾸러미의 대상 독자가 ‘코로나19를 삼 년 동안이나 겪은 아이들’이라는 사실 또한 선정 회의에서 거론되었음을 밝히며, 이 모든 일과 결과에 대한 일이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그리고 마케터와 사서와 구매자와 양육자, 연구자, 우리 모두에게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책’과 ‘그림책’의 본분을 곱씹는 시간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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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 후기

-류영선(그림책 평론가, 작가)



문화 콘텐츠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기능을 한다. 이는 다른 의미에서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복제 예술 콘텐츠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한 조건 속 양질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앞서 언급한 의미가 더 크다고 여겨진다.


북스타트의 여러 선정 기준 중 제한된 기간의 신간을 선별하는 이유는 갓 태어난 아기부터 높은 연령층의 그림책 독자까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묻어난 ‘문화적 신선함’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이유로 고전에 속한 그림책 감상에만 머무는 오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장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사에 참여할 때마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영유아를 위한 보드복 그림책의 출간 숫자가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와 글, 그림의 질적 만족도가 높은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완성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림을 다루는 재료와 장르적 특징이 영유아들에게 전달되기에는 형태가 선사하는 정보가 불분명한 작품들이거나 고정된 아기 그림책에 대한 시각에 머물러 억지스러운 귀여움과 작가의 진심이 부재한 가식적인 표정의 캐릭터의 등장은 아쉬움이 크다. 어느 때보다 감각이 살아있는 시기의 아기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예심에서 올라온 작품 중에 그래도 기능주의적 심미안에 가깝게 접근한 작품을 선별하였지만, 다음 해에는 더 많은 작품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며 우리 보드북 그림책의 단행본 시장의 소비를 어떻게 유지하고 개선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로서 고민해 본다.


연령이 높은 그림책일수록 글의 장르적 성격과 이야기 구조의 개연성이 거친 작품들이 여전히 많이 보였다. 이는 10여 년 전쯤부터 글, 그림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 창작 그림책 작가로서의 당연한 활동 모습이라고 인지한 문화적 바탕도 크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훌륭한 곡을 멋지게 소화해 노래 부르기에 집중했던 엘비스 프레슬리와 작사, 작곡을 직접 진행하며 연주까지 한 비틀스를 두고 누가 더 훌륭한지 질문을 던진다면 이는 마치 다른 메뉴의 음식을 두고 그 맛의 높낮이를 저울질하는 일과 동일하다고 여겨진다. 각 메뉴의 본질적인 퀼리티가 어떠한지에 집중해 평을 해야 하듯 전문 글 작가의 스토리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작가의 높은 예술성을 지닌 그림책이 글, 그림을 동시에 진행한 작품에 비해 못하다는 선입견을 작가들은 탈피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의 완성도와 작가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품임에도 빈약한 이야기 구조로 낙선한 작품들이 많았던 해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문화적 국경이 사라지고 그림책의 형태와 편집 또한 그래픽 노블과 코믹북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오는 추세도 현 그림책 시장의 모습으로서 북스타트 심사 후보작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화는 생물과 같아서 소구 계층의 취향과 요구가 생산자와 함께 끊임없는 발전과 변화를 추구해온 만큼 아직은 서투른 면이 많아 낙선되었지만, 다양한 그림책 장르의 확장과 재발견이 되어준 만큼 다음 만남이란 기대감이 되어주었던 2023년 북스타트 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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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 후기

-박소희(늘푸른어린이도서관장, 북스타트 운영위원) 



유모차를 타고, 아장아장 걸으며 도서관을 들어서는 아이들을 볼 때면 반갑습니다. 먼저 “안녕!” 인사를 건네고 말을 붙여 봅니다. 번쩍번쩍 빛을 내는 신발을 신고 온 아이에게는 “신발, 정말 멋진데!”라고 해주면 발을 내밀고 자랑을 합니다. 온통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환하게 웃는 어른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림책을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에게 소곤소곤 들려주는 책 읽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직장 간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데리고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도서관이 있어 다행입니다. 주말에 부모와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때론 서로 어깨를 맞대고 읽는 모습을 볼 때면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아이와 책의 만남 그리고 북스타트 운동의 이유입니다. 2023년에 만날 북스타트와 플러스, 보물상자 그리고 책날개 도서는 북스타트 20주년이 되는 해에 선정된 도서가 됩니다. 나름 부담과 의미가 겹치는 선정의 과정이었습니다.


20년 동안 국내 그림책은 독자층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두의 그림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그림책 출간의 흐름 속에서 ‘어린이’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에서 지금 우리 아이들의 외로움을 발견했습니다. 모두가 바빠서 서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소통하는 방법을 잊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동동이에게 알사탕은 마법 같은 선물이 됩니다. 좀 더 많은 작가가 지금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탐구하고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그림책 속에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 이제 국내에서도 찾아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23년 북스타트 각 단계 책들을 선정하면서 그동안 선정된 책들을 다시 한번 살펴볼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책의 주제와 표현이 다양해졌습니다. 디지털 세상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더욱 급속히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지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은 우리의 정보가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나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삶의 격차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책’과 ‘도서관’은 가장 평등한 매체이자 공간이며 공공의 지혜입니다. ‘책’이 펼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다양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공간,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대 등을 통해 다양한 차이를 느끼고 차이를 더 폭넓게 알아갑니다. 차이가 차별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소수의 차이는 잘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았기에 외면되었습니다. 북스타트 도서를 선정하면서 여전히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2022년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물이 되는 꿈」에서 휠체어를 탄 아이가 수영장 물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며 물과 하나가 되는 장면을 봅니다. 펼쳐지는 장면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아이를 만납니다. 이렇듯 우리에게 하나도 낯설지 않게 다가올 수 있도록 장애를 담아내는 그림책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스타트 첫 단계 그림책의 경우 국내에서도 헝겊, 소리가 나는 재질의 소재를 활용해 만든 책, 다양한 판형과 재질의 책들이 더 확대되어 제작, 유통되었으면 합니다. 


북스타트 첫 단계 그림책은 아기와 양육자가 서로 소통하는 첫 매체가 되는 만큼 수를 셀 수 없이 반복해서 읽게 됩니다. 아기들이 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그리고 그 읽는 시기가 짧지만 더 많은 부분이 고려되었으면 합니다. 책을 만드는 작가들은 구상의 단계에서부터 이 시기 어린이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책이라는 구조적 특징을 이용하여 그림으로 표현되거나 설명될 수 있는 부분에 글까지 보태어지다 보니 작은 판형의 보드북에 너무 많은 내용이 담기어 의도와는 다르게 과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책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도 북스타트 그림책에서 덜어내어야 할 글이 많은 책을 생각보다 여럿 보게 되었습니다. 5세 미만을 이루는 북스타트와 플러스 대상의 도서 선정을 위해 더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적당하다’의 선정 기준을 가지고 작가와 출판사 편집진들과 진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선정의 과정은 돌아보기의 과정이었으며, 여러 위원님의 의견 나눔을 통해 그림책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전하는 그림책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북스타트를 통해 만나게 될 그림책들이 아기와 양육자 그리고 자라는 어린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귀한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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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 후기

-김경희(전주책마루도서관 관장, 북스타트 운영위원)



도서선정 위원님들과 함께 읽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림책에 대한 안목이 많이 깊어졌습니다. 함께 했던 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기회를 주신 북스타트코리아 관계자님들께도 고마움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도서 선정 시작 전에 성인지 감수성 등 다양성에 대한 할당제 도입 의견이 있었습니다. 우리 그림책이 시대적인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선정 기준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책날개 대상은 코로나19를 삼 년 동안이나 겪은 아이들입니다. 짧은 말과 눈으로 보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좋은 책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책읽기가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호기심과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책,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되는 책,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게 하는 책, 생명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 어린이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으로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초등 1학년 대상으로 선정하다 보니 대상에 적합하지 않은 책, 글과 그림의 부조화, 서사가 불분명한 책, 그림책의 기본이 무시된 책, 책날개 취지와 맞지 않은 책은 제외했습니다. 


책 선정을 마무리하며 생각보다 좋은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조금만 공을 더 들이면 좋았을 책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책과 좋은 책이라고 추천되는 책 사이에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저학년 시기에는 아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스스로 책을 찾아 읽게 될 테니까요. 책 선정에 참여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그림책의 문법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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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 후기

-심재원(부평기적의도서관)



평소 배가하면서 눈에 띄는 그림책이 있으면 잠시 시간을 내어 읽어본다. 정독하지는 못하지만 그림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책은 나중에 읽기 위해 제목과 작가를 기억해두며 한편으로는 왜 어렸을 때 그림책을 많이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2023 북스타트 도서 선정 지역위원을 하며 좋았던 점은 300권도 넘는 신간 그림책이 도서관으로 도착하여, 손으로 만지며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수시로 도착하는 책을 보며 행복했던 감정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많은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을 선정하는 역할이기에 부담도 컸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선정위원들의 의견이 어렵지 않게 하나로 모일 것이라는 짐작은 오산이었다.


출판사별로 도착하는 한 권 한 권 소중한 책을 보며 작가와 출판사의 노력이 많이 느껴졌다. 도서관에서 ‘그림책 작가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을 해보았기에 책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냥 넘길 수 있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약 3개월 동안 중간 중간 시간을 내어 선정하고 어떤 단계에 넣어야 아이들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선정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수서 담당 선생님과 그림책을 매일 읽는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세 명이 함께 선정하였다. 의견을 취합하면 금방 끝날 것으로 생각했기에 별 부담 없이 함께 선정하자고 부탁했는데 고난은 1차 목록 취합 후부터 시작이었다. 세 명이 적합하다고 추천한 책이 거의 없었다. 모두 각자의 이유와 논리가 확고했고 결국 선정하면서 제외되는 책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결국 토론을 거듭하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요청한 날짜가 다가와 어쩔 수 없이 목록을 보냈고 공을 <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위원회>로 넘겼다.


각 지역에서 토론을 거쳐 선정된 책이라 선정위원회를 할 때 크게 의견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기대와 다르게 지역위원, 운영위원, 전문위원이 모인 회의는 더 어려운 시간이었다. 도서관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주인공의 위치와 미세한 색감, 책의 재질 등 다양한 내용이 선정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초점은 당연히 책을 접할 영·유아의 시선으로 책을 보고 있는지 여부였다. 토론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지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고 지난 20년 동안 북스타트에 선정된 도서들에 선정위원들의 영혼이 담겼다는 게 느껴졌다.


도서 선정 시 올해 출간된 신간을 우선 선정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목표한 선정 권수에 도달하지 못하여 과거에 선정된 책을 추가로 선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신간 위주로 도서관에서 원화 전시도 하고 책을 많이 홍보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앞으로는 좀 더 완성도가 높은 그림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각 단계별 아이들이 좀 더 좋은 책을 접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북스타트 도서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널리 읽히는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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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 후기

-김미라(진해 꿈자람작은도서관 부관장)



우선 진해 꿈자람 작은도서관에서 2023년 북스타트 선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담도 살짝 있었습니다. 진해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기적의도서관이 설립된 곳이고, 그곳에서 활동하신 활동가들이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곳에서 기적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이번 북스타트 도서 선정을 위하여 애써주신 선생님은 김남주, 박혜란, 신미정, 안선희, 이영림, 이현주, 주홍진, 황민영, 성순자 선생님입니다. 


10명의 도서선정 위원들이 각각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모여 주셨습니다. 낮에는 지역 도서관이나 각자의 일을 하시고 저녁밥도 드시지 못한 채 헐레벌떡 뛰어오셔서 밤늦게까지 책을 보았습니다. 주홍진 도서선정 위원님은 배고픈 우리들을 위해 맛있는 김밥을 사주셔서 허기진 배를 감사히 잘 채웠습니다. 진해기적의도서관 관장님이시라 도서관 일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셔서 든든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오래 함께해 오신 활동가 선생님들이 서로 바빠 만나 뵙기 어려운데, 도서선정 회의 덕분에 만나서 책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라고 특별히 소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각 출판사에서 보내온 북스타트 예비 도서를 본 전체적인 느낌은 예년에 비해 가슴을 확 사로잡는 감동적인 작품이 적었고, 주제가 불분명해서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는 책들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또 글자나 그림이 영·유아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어른 말투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영·유아 그림책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마음과 생활을 잘 반영하는 것이 우선인데 작가 자신의 지나친 감정에 빠져 있는 책들이 많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눈이 침침해질 나이의 선정위원들이 모두 글자가 안 보인다고 할 정도로 작은 글씨체와 설익은 어설픈 그림, 억지스러운 설정 등이 있는 책들은 낮은 점수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대로 아주 좋은 글과 그림이지만 연령에 맞지 않아서 제외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라고 하지만, 영·유아가 처음 만나는 북스타트 책은 조금 더 영·유아의 발달단계와 마음을 잘 비추는 거울 같은 투명함과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그림인데 그림의 색감, 채도, 구도, 비율 등 영·유아의 눈에 안정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부분도 잘 표현되는 책들이 더 많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영·유아의 책은 쉽게 그리고 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만든 책들은 더욱 안타까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책들은 더욱 발견의 기쁨을 주기도 했습니다. 진해 꿈자람 작은도서관에서 23년 북스타트 도서 선정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들이 온 마음을 다해 선정한 도서가 하얀 가방 속에서 처음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고 그 책을 읽어주는 어머님들과 보는 모든 아이들에게 밝은 햇살 같은 기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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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책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2023 북스타트 도서선정 후기

-김진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9월부터 흥부네그림책도서관에서 그림책 활동가, 관장으로 도서관 이용자들을 만나며 그림책에 푹 빠져 지낸 시간을 뒤로 하고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림책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나 봐요. 초등 북스타트 지역선정 위원으로 협회가 활동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작가님들의 그림책을 읽고 선정하는 일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협회 사무실로 각 출판사에서 보내는 택배 상자가 속속 도착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에 깜짝 놀랐습니다. 책장 하나를 비우고 깨끗이 닦은 후 택배 상자를 풀어 책들을 출판사별로 꽂으면서 우리 그림책 시장의 속도와 규모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읽는 책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의 정서와 발달단계에 더 적합한 책은 어떤 것일까요? 세상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양한 매체들이 있지만 글과 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림책만의 매력을 충분히 담고 있는 책은 어떤 것일까요? 재미있어서 볼 때마다 즐겁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자꾸 보고 싶고, 따라 해 보고 싶고, 상상하게 만드는 그림책은 어떤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이 되어 줄 만한 그림책들을 찾기 위해 협회는 부지런히 300권 이상의 그림책들을 읽고,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많이 보는 사회의 영향일까요? 웹툰처럼 분할된 화면으로 그림책의 장면을 구성한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림과 표현방식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책들, 어른들이 더 공감할 것 같은 그림책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출판되는 그림책의 양이 많아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 앞으로 우리 그림책 세상을 더욱 성장하게 할 거라고 기대하며 협회 내에서 1차 선정을 마쳤습니다.


초등 북스타트 선정 심사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심사장에 갔습니다. 지역위원들이 1차로 선정한 그림책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심사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 검토하는 과정은 그림책 바다에 펼쳐진 촘촘한 그물망 같았습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북스타트 도서 선정의 의미와 책임감은 심사 과정의 바탕이 되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책에 대한 관점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와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정된 초등 북스타트 그림책들이 오래오래 어린이들의 옆에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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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북스타트(책날개) 도서선정 후기

-김영미(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1년 동안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들이 펴낸 그림책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작가들이 어린이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는 즐거움이 컸다. 그중에서 초등학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책을 고르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니 작가와 어린이들을 연결해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각각 어떤 책에서 자신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날 수 있을지,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지, 자연과 세상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과 설렘을 얻게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코로나로 대면 모임이 줄어 회원들과 함께 이런 즐거움을 맘껏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림책을 비롯한 문학에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것이다. 그 인물만이 갖는 고유성을 통해 동식물을 포함한 각 인물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복잡 미묘한 감정, 생각, 행동 등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보여주고 그 인물의 자리에 서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 좋다. 특히 그림책은 단순하고 함축적인 글과 그림에서 표현되는 여러 가지 장치로 그 느낌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그림으로 표현하는 언어를 읽는 즐거움이 크다.


올해 나온 그림책을 보면서도 어린이 시민으로서 다양한 인물과 만나는 즐거움, 자연의 생명 등 어린이들이 겪는 권리와 자유, 삶을 확대하여 바라볼 수 있는 소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 등 그림책의 세계를 더욱 넓게 경험할 수 있었다. 여전히 아쉬운 책들도 많지만 출판사별로 기획에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었다. 


어린이 인물에 대해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소중히 하고 고민이나 갈등 슬픔 등을 삶의 활기로 바꾸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로 전제하는 이야기가 많아 반가웠다. <나는 나는 나는> <겁이 나는 건 당연해> <혼자 갈 수 있어> <나의 첫 심부름> 등 울고 싶고 속상한 날 상상놀이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거나, 마음속에 겁쟁이가 산다는 걸 인지하고 ‘용감이’도 키워볼 용기를 내기도 하고, 실수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해보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힘을 가진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들이 낯섦으로 인해 두렵고 갈등하고 협력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다름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또 젠더화된 언어, 공평하게 나누는 것에 대한 개념을 풍부한 이야기로 풀어 문학의 완성도를 높인 작품도 눈에 띄었다. <내가 예쁘다고?>에서는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예쁘다는 말이 얼마나 기분 좋고 설레게 하는지 시각적으로 공감하게 한다.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법> 에서는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고 적극적으로 말하고 조율하면서 새로운 것을 얻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자 놀이 같지만 이름을 시각화하여 물성을 표현하거나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언어 텍스트와 함께 그림으로 표현한 시도도 좋았다. <옥두두두두>는 언어를 가지고 시각, 청각, 미각 등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시도였고, <도시 가나다>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글자 텍스트로 표현하고 동시에 도시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그림 텍스트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꽃들의 시간>에서는 그림을 움직이면서 시간과 생태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 외에도 자연친화적 삶을 지향하는 이야기들 <마지막 도도새> <걸어요> <수수바의 여름마당에서> 등에서 그림에서 하늘, 나무, 바람, 새 등 자연이 주는 기쁨과 상상의 세계를 맛보는 즐거움도 컸다. 우리 그림책이 어린이들에게 편견과 경쟁에서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조금씩 세상을 더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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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점에 선 어린 벗들을 응원하며


2023 북스타트(책날개) 도서선정 후기

-조원희(청주성화초등학교 교사)



처음, 1학년, 입학


설레는 마음에 소리 내어 말해 보았다. 지난 두 해 동안 1학년 어린이들을 만나 조금 가르치고 많이 배우며 살다 보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괜히 웃음이 난다. 어린이에게나 선생에게나 1학년은 큰 도전이다. 아주 힘이 들지만 더 많이 사랑스럽고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그 특별한 출발을 축하하고 환대하는 북스타트 선물 그림책을 가려 뽑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떨리기도 했다.


정성스럽게 만든 그림책들을 보며 어린이들과 읽으면 어떨까 상상해보고 그냥 좋아서 푹 빠져 읽기도 했다. 어린이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으면서 문학적인 아름다움도 여전한 그림책을 만나면 반가웠다. 옛이야기를 잘 살려 쓰고 그린 그림책이 드문 까닭에 고맙기까지 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오래 느긋하게 옛이야기에 빠져 상상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림책에 대해 다른 위원님들과 이야기 나누며 새롭게 배우고 희망을 품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 다양성에 대한 생각이 공기처럼 당연하고 편안하게 담기는 그림책이 많아졌으면 한다. 우리 둘레에 분명히 같이 살고 있지만 우리가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그림책에서부터 찾아주면 좋겠다. 드러내놓고 이렇게 하자는 주장 말고 그림 속에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그냥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려지기를 바란다. 너무 당연해서 특별해 보이지 않고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다양한 삶을 담고 있는 그림책들이 흔해지기를 기다려본다.


학교에 있으면 새해를 세 번쯤 맞이한다. 1월 1일이 되면 모두가 아는 새해지만 요즘은 해를 넘겨 방학을 하기에 아직은 해가 가지 않은 느낌이다. 설날이 되면 음력 1월 1일이라 다시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다. 진짜 새해는 3월이다! 아이들이 오면 봄도 온다. 봄을 부르는 어린이들이 손에 그림책을 들고 있는 모습은 ‘예쁘다.’ 그림책 읽으면서 같이 봄꽃처럼 예뻐지는 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