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북스타트 20주년 기념 '영유아 공간 좌담회'
어린이도서관의 변화(영유아 공간을 중심으로)
· 주제: 어린이 도서관의 변화(영유아 공간을 중심으로)
· 일시: 2023.11.17.(금) 오후 2시~5시
· 장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 진행
- 최진봉(대원대학교 문헌정보학 교수)
· 패널
- 김병옥(기용건축 대표)
- 박영애(의정부시 도서관과 과장)
- 윤의식(수림건축 대표)
· 토론
- 강정아(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 김성란(담작은도서관 관장)
- 윤명희(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 교수)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WEt8iS-GgJ4]
북스타트 20주년 기념 영유아 공간 좌담회, 그 현장을 공유합니다.
패널 세 분의 강의를 듣고, 패널과 토론자분들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좌담회 시작에 앞서 전체 진행을 맡은 최진봉 교수(대원대학교 문헌정보학)가 북스타트와 기적의도서관 20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북스타트를 통해서 도서관의 영유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었고, 영유아 공간의 변화는 기적의도서관 설립과 잘 맞물려서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의도서관은 도서관 전체 바닥에 온돌 마루가 깔려있었고, 아기를 위한 특별한 공간도 있었어요. 제천은 ‘아가방’, 순천은 ‘아그들방’, 진해는 ‘얼라들방’이라고 불렀죠. 당시에는 아기들을 도서관에 데리고 오는 것이 굉장히 어색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북스타트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아기방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었죠. 새로 공공도서관을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도 아기들의 공간으로 온돌마루를 까는 곳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어서 첫 번째 패널로 부산강서기적의도서관, 담작은도서관 등을 설계한 윤의식 대표(수림건축)가 ‘영유아 공간 구성의 방향성’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북스타트 및 영유아 공간과 관련된 논문과 연구자료들을 공유하고, 북스타트 운영 활성화를 위해 영유아를 위한 공간 구성 시 특별히 안배해야 할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 발달 단계에 따른 어린이 공간 구성의 특이점에 대한 설명입니다. 신체 및 운동발달 단계의 특성에서는 바닥 난방이 필요하며, 서가의 형태가 바닥 매립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뭘 자꾸 타고 올라가려는 습성이 있잖아요. 그리고 수면실이 있어야 하고, 소음으로 인해 제재받지 않도록 바닥과 벽은 충격을 흡수하는 마감재 소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색채와 관련된 공간심리 행동발달 특성을 보면, 채도가 높은 색을 사용하면 다양한 자극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공간은 타 연령 열람 공간과 구분하여 안정성을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어다니는 아이들 옆에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으면 기어다니는 아이들이 불안해하니까요. 오목한 공간을 만들어서 거기 들어가서 놀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죠.”
“북스타트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 공간이 필요하며, 독서에만 그치지 않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놀이 공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참여 프로그램과 공간 또한 필요하구요. 도서관에 가족들이 소풍을 오고, 소꿉놀이하듯이 도시락을 먹고 책도 읽어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영유아는 혼자 오지 않으니까요.”
이어서 순천, 진해, 서귀포 등 여러 기적의도서관 설계를 맡았던 김병옥 대표(기용건축)가 ‘영유아 공간 변화의 의미’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도서관을 넘어서는 상상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우주, 땅속, 물속, 숲속, 빛…. 어떤 느낌을 공간에 전달할까. 건축하는 사람들은 이런 걸 고민합니다. 똑같은 지붕이나 바닥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주려고 노력하는 거죠. (...) 이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들을 건축하는 사람들은 만들기 힘드니까 싫어해요. 그런데 이런 공간들이 필요하고, 나중에 평가했을 때도 제일 좋아해요. 어른들까지도.”
마지막으로, 27년 차 사서 박영애 과장(의정부시 도서관과)이 ‘경험이 축적되는 도서관 공간(어린이 공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의정부시 도서관 공간 변화 과정과 의미를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의정부시 도서관은 벽이 없는 구조로 하나의 공간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 공간의 차이가 사고의 차이, 행동의 차이, 경험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분리되지 않은 공간의 경험을 갖고 있으면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고, 직접 경험은 물론이고 간접 경험을 통해서 경험이 확장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전체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고, 그것을 잘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발표 시간 이후에는 전체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정아 관장(제천기적의도서관)이 김병옥 대표에게 질문했습니다.
“2003년 기적이도서관 설립 당시에는 기획 단계부터 사서나 운영자가 참여하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운영자와 설계자와 시공자, 그리고 사용자가 잘 협의해서 조화롭게 운영할 때 가장 좋은 건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3년으로 다시 돌아가서 설계한다면, 기적의도서관을 건립할 때 지금과 다르게 생각해 볼 부분이 있을까요?”
“도서관 사용자들에 대한 질문을 좀 더 깊게 할 거 같습니다. 당시에 했던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지금과 방식이 좀 달랐으니까요. 참여형 설계가 대두되고 있는데, 협치에 대해서 말씀하셨듯이 그건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사용자들을 새롭게 만나볼 거 같아요. 아이들을 만나보고, 연구하고, 그다음에 키우는 것까지. 이미 정기용 선생님이 다 하셨지만, 그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볼 거 같습니다. 또한 팬데믹에서 N데믹으로 가고 있고, AI 관련한 시대가 변화하는 상황들이 겹쳐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건들을 탐색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될 거 같습니다.”
김성란 관장(담작은도서관)은 담작은도서관을 설계한 윤의식 대표에게 질문했습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와야 할 이유를 찾고, 도서관에 올 수밖에 없게 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계속 물음표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데요. 윤의식 대표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 도서관들의 콘텐츠가 괜찮은지, 설계를 하면서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잘 이용할 거 같은데?’하고 상상해 본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떤 콘텐츠가 유용하거나 의미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의도적으로 제약을 주는 것도 최소화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변하고, 교육의 관점도 변화하고, 텍스트 또한 변화하니까요. 지금 담작은도서관을 다시 짓는다면, 커다란 창고처럼 만들 거 같기는 해요. 요즘은 ‘키네틱’이라고 해서 면이 바뀌는 게 있거든요. 창문도 돌아가고, 내부 박스가 돌아가는 식으로도 생각해 볼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윤명희 교수(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가 박영애 과장에게 질문했습니다.
“아이들이 우주와 별을 보며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이상적인 건축가와 도서관에서 조용히 하라는 민원에 시달리며 그 현장을 극복해 내야 하는 운영자 사이의 차이. 저는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실용적인 질문인데, 안내데스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운영자와 어린이의 접점이 되는 안내데스크 공간을 창의적인 공간으로써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간화하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또 하나는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인데,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공공도서관이 있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안내데스크의 개념과 정의도 다를 거 같습니다. 또한 데스크라는 공간은 이용자가 와야지만 상호교감이 이루어지는 공간인데요. ‘꼭 데스크가 있어야 상호작용이 일어날까?’ 거꾸로 반문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도서관마다 다르지만, ‘데스크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계층이 나눠지는 것은 콘텐츠를 분리해 놓으니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거 같아요. 책을 주제별로 섞어놓으면 어떨까요? 저도 고민이 많은 부분인데, 계층을 허물고 경계를 허무는 것을 콘텐츠로써 접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