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양육자에게 그림책을 선물하는 북스타트. 2017년, 각국의 북스타트 활동을 잇기 위한 국제 네트워크(Global Network for Early Years Bookgifting, 이하 글로벌네트워크)가 ‘EURead’ 내에 출범했습니다. 지금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확장되어 29개국 33개 기관이 함께하고 있지요. 한국 북스타트는 2018년부터 네트워크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글로벌네트워크의 첫 대면 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 세계가 연간 약 1,500만 명의 아기에게 책꾸러미를 선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각국의 활동 사례를 나누며 앞으로의 발전 계획도 이야기했지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책 읽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구촌 마을 하나가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그 마음을 담아 북스타트 국제 교류 현장을 소개합니다. - 활동가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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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글로벌 네트워크 세미나(6월 9일~12일) |
세계의 북스타트 꾸러미(촬영: Daan Beeke, Stichting Lezen)
글로벌네트워크는 새 책을 무상으로 선물하고, 양육자가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장려하며, 정치·종교적으로 중립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운영되는 기관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은 보편성, 파트너십, 가정 중심, 애착 형성, 초기 문해력 지원이라는 원칙을 함께 지켜갑니다. 브뤼셀에서 열린 'EURead 25주년 오픈포럼'과 '글로벌 네트워크 세미나'에서 이 원칙을 다시 확인하며 각국의 활동 성과를 공유했는데요. 한국은 2018년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과 북스타트 도서 선정 방식에 대한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현장에서 소개된 여러 발표 가운데 세 나라의 사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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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북스타트, 읽는 가족(Leer en Familia) 프로그램 |
페루는 포럼에서 자국의 현실과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소개했어요. 조사에 따르면 3세 미만 아동의 57%가 나이에 맞는 언어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정서적 교류 역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에 페루 북스타트는 8개월 이하의 아기가 있는 가정에 책을 지원하고, 노래·대화·책 읽어주기 등의 활동을 통해 부모와 아기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있어요. 또한 발표에서 책은 사치품이 아니라, 아기의 정서적 안정과 발달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활동하는 'Mestiza'는 '다언어와 다양성' 세션에서 북스타트 활동을 소개했어요. 스페인은 스페인어(카스티야어)를 국가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바스크 지역에서는 바스크어도 함께 공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북스타트 꾸러미에는 스페인어·바스크어·영어로 된 책이 각각 한 권씩 담기며, 세 언어를 모두 활용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주민 가족은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바스크 문화를 접하기도 하고, 간단한 노래와 말들을 익히며 지역 사회와 가까워집니다. |
오스트리아는 ‘도서 선정 및 기획’ 세션에서 북스타트 그림책 제작과 선정 경험을 나눴어요. 북스타트 도입 이후 여러 작가와 출판사와 함께 수십 권의 그림책을 펴냈으며, 특히 자국 작가와의 협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작가들은 도서관 낭독회 등 아동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그중 하인츠 야니쉬는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북스타트는 아기의 첫 책으로, 고대비(high-contrast) 이미지와 단순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어서 선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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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와 스페인 북스타트와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
겁쟁이 토끼
하인츠 야니쉬(글), 헬가 반쉬(그림)
토끼는 언제나 ‘겁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바람보다 빠른 다리와 놀라운 점프력, 위기를 슬기롭게 피하는 지혜까지! 토끼에게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슈퍼파워’가 있답니다. 『겁쟁이 토끼』는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힘을 발견하고, 편견에 맞서 자신을 믿는 용기를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글을 쓴 하인츠 야니쉬는 오스트리아 북스타트와 협업해 꾸러미 도서를 만들었으며, 그림 작가 또한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따뜻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으로 토끼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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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어디에 있을까?
미카엘라 치리프(글), 라이레 살라베리아(그림)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토마스는 대답이 없어요. 사실 토마스는 집안 곳곳에 숨어 장난감과 함께 신나는 상상 여행을 떠나고 있거든요. 유니콘을 타고 달리기도 하고, 열대 섬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우주를 둥둥 떠다니기도 합니다. 현실의 놀이가 상상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책이에요.
이 작품은 스페인 북스타트 추천 도서이기도 해요. 페루 출신의 글 작가는 ‘하얀 까마귀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그림 작가는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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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떻게 보여?
김은진
나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고 싶은데, 친구들은 답답하다고 말할지도 몰라요. 나는 열심히 할 뿐인데, 누군가의 눈에는 욕심처럼 보일 수도 있지요. 이 그림책은 접고 펼치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서로의 시선이 얼마나 다르게 비칠 수 있는지 보여 줍니다. 열한 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나’를 이야기하고, 또 다른 이의 눈에 비친 모습을 함께 드러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때, 우리는 더 단단하고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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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리]가 읽고 있는 책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들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이번 달은 '고사리'입니다. |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2002년, 한 지방 도시에 사는 십대 퀴어 소년 '나'는 월드컵의 열기와는 무관한 혼란 속에서 뜨거운 시절을 보냅니다. 사업에 실패한 아빠, 종교에 빠진 엄마, 친구들과는 다른 초라한 아파트, 그리고 '윤도'에 대한 감정까지. 스스로를 감추는 데 익숙했던 ‘나’는 윤도에게 화를 내다가도 문득, 정작 원망하고 있는 건 그에 대한 마음조차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라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제게 이 소설은 덮어둘 수밖에 없었던 유년기의 날것의 감정을 소환하는 이야기였어요. 그 시절의 기억을 마주하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
✔️ 이달의 지역 소식 지역의 북스타트 소식과 자료를 공유해요(기고 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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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든 사람들
모아 I 아기는 없지만, 아기시민의 인권에는 관심 많은 냥이 집사예요.
고사리 I 책과 식물을 좋아하는 조카바보입니다.
연두 I 신생아처럼 잠이 많습니다. 모든 여린 것에 마음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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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트코리아 · 책읽는사회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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